
세상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생쥐보다 훨씬 작은 쥐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African pygmy mouse)**는 성체가 되어도 손바닥은커녕 손가락 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설치류입니다.
학명은 Mus minutoides.
작은 몸과 동그란 눈 때문에 귀여운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 야생에서 살아가는 엄연한 야생동물입니다.
특히 이 동물에게는 크기보다 더 놀라운 생물학적 특징도 숨어 있습니다.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는 얼마나 작을까?
‘피그미’라는 이름처럼 크기가 상당히 작습니다.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머리와 몸통 길이는 대략 4~7cm, 꼬리는 약 3~6cm, 몸무게는 불과 몇 g에서 10g 안팎입니다. 남아프리카 생물다양성연구소 자료에서는 성체의 평균적인 전체 길이를 약 9.7cm, 몸무게를 약 5.5g 정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Species Status
일반적인 집쥐와 비교하면 몸집이 훨씬 작습니다.
갈색이나 적갈색에 가까운 등과 밝은 배, 커다란 검은 눈이 특징이라 사진만 보면 작은 햄스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디에서 살까?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는 이름 그대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널리 분포합니다.
초원이나 사바나뿐 아니라 관목지, 숲 등 비교적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됩니다. 저지대부터 산악 지역까지 서식 범위도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Paignton
낮에는 쓰러진 나무 아래나 돌 틈, 흰개미집의 구멍 같은 장소에 숨어 쉬고 밤이 되면 활동합니다.
땅이 부드러운 곳에서는 얕은 굴을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Species Status
몸집이 작은 만큼 주변의 작은 틈도 훌륭한 은신처가 되는 셈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작은 몸만 보고 식물의 씨앗만 먹는 동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요 먹이는 풀씨를 비롯한 여러 식물의 씨앗이며, 곤충이나 흰개미도 먹습니다. 즉 식물성 먹이와 동물성 먹이를 함께 이용하는 잡식성에 가까운 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Species Status
특히 야간에 혼자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보는 풀씨 하나나 작은 곤충도 이들에게는 중요한 식량입니다.
낮보다 밤이 더 바쁜 동물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는 기본적으로 야행성입니다.
낮에는 몸을 숨긴 채 쉬다가 어두워지면 은신처 밖으로 나와 먹이를 찾습니다.
또 여러 마리가 항상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동물이라기보다는 먹이를 찾을 때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은신처 역시 한 쌍이나 가족 단위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pecies Status
작은 몸으로 탁 트인 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어둠과 주변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생활 방식이 유리합니다.
이 작은 쥐에게 숨겨진 놀라운 특징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를 단순히 ‘아주 작은 쥐’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독특한 성 결정 시스템입니다.
대부분의 포유류에서는 일반적으로 암컷이 XX, 수컷이 XY 성염색체를 가지지만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에서는 조금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종에는 **X***라고 불리는 특이한 X 염색체 변이가 존재하며, 그 결과 암컷 가운데에는 XX뿐 아니라 XX*와 X*Y 형태를 가진 개체도 존재합니다.
즉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암컷으로 발달하고 정상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개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PubMed Central (PMC)
그래서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는 포유류의 성염색체와 성 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몸은 몇 g밖에 되지 않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히 특별한 동물인 셈입니다.
새끼도 아주 작게 태어난다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의 임신 기간은 대략 20일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끼는 태어날 때 털이 거의 없고 눈도 뜨지 못한 상태이며, 성장하면서 점차 성체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번식 가능 연령에 도달하는 속도도 비교적 빠른 설치류입니다. 위키백과
몸집이 작은 설치류에게 빠른 성장과 번식은 야생에서 개체군을 유지하는 중요한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천적에게는 한 끼 먹잇감
몇 g밖에 되지 않는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에게 아프리카의 야생은 위험한 곳입니다.
작은 육식동물이나 파충류, 맹금류 등 다양한 포식자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작은 설치류 역시 씨앗을 먹고 이동하면서 생태계 안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남아프리카 생물다양성 자료에서도 작은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며 씨앗 확산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종으로 설명합니다. Species Status
작다고 해서 생태계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멸종위기 동물일까?
현재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는 국제적인 평가에서 **관심대상(Least Concern)**으로 분류되는 종입니다.
분포 지역이 넓고 전체 개체군도 비교적 큰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서식지 감소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Paignton
따라서 당장 멸종 위험이 큰 동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작지만 평범하지 않은 쥐
아프리카피그미마우스는 처음 보면 단순히 ‘엄청 작은 생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몇 g밖에 되지 않는 몸으로 아프리카의 초원과 숲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야행성 생활과 독특한 먹이 활동은 물론 포유류에서도 보기 드문 성염색체 체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생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기와 생물의 흥미로움은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손가락 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쥐 한 마리 안에도 우리가 아직 연구하고 있는 독특한 생물학의 세계가 들어 있는 셈입니다.